Psychotherapy of medication on the viewpoint of manas

Research
지 문옥(하림)  Mun Ok Ji1*

Abstract

This paper in perspective that a cause of psychological problems is the misguided recognizance of the self aims to discuss psychotherapy through the meditation, because meditation makes a deep insight into a person’s mind possible.

The cognitive therapy started by Aaron Beck is a still important psychotherapy, but it has limit in therapeutic effect too, because it does not consider consciousness and feeling. To overcome it, the paper studies unconsciousness as a subject. According to Consciousness-Only Buddhism unconsciousness consists of manas and alaya-vijnana, and the paper focuses on manas named self-consciousness. And it discusses meditation as a method for psychotherapy. In other words the paper tries to combine meditation and psychotherapy from a standpoint of manas.

The paper consists of three chapters. First, it refers to the content and the limit of Aaron Beck’s cognitive therapy. And then the meanings of manas and alaya-vijnana in psychotherapy come, especially manas is emphasized. Finally, MBSR, the first meditation-program made by Kabat-Zinn, is analyzed, and the conclusion emphasizes that psychotherapy on the manas-viewpoint is to conducted.

Keyword



I. 서론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이제 인간의 제어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예전에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 기술의 발전의 인간의 영적 성장과정의 부산물이었다면 이젠 기술적으로 진보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인간의 판단과 지혜와 능력을 초라하게 느끼도록 하고 있다. 이젠 세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는 자괴감이 인류에게 그 어느 시대보다 더 불안과 혼란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사회 전반적인 불안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인간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은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정신적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많은 현대인이 불안, 불면증, 두통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장애가 심각해지면 자신과 사회에 치명적인 피해를 가하기도 한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학교와 사회를 비롯한 사회조직에 심리치료사, 심리상담사 등 마음을 치유해주는 전문인의 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현대사회에서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스러운 사람도 많아지는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들마다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는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과 사고방식일 것이다. 사람은 자기의 고유한 가치관과 사고와 행동의 틀을 가지고 있다. 그 가치관이 다른 사람의 가치관과 충돌 할 때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자아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있어도 심리장애는 발생한다. 모든 사고의 핵심에는 ‘나’가 있다.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심리적 장애를 발생시키는 한편 그 장애를 극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즉 심리적 장애의 원인은 ‘나’에 대한 그릇된 또는 협소한 인식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심리적 장애를 극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으로 불교의 수행법인 명상을 통한 심리치료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사람들의 심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심리치료란 “현실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어떤 개인의 심리 내적인 장애를, 주도하는 사회적인 체계나 가치에 적응할 수 있는 건강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인경, 2004: 13)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심리적 문제들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20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그 중 오늘날 가장 널리 행해지고 있는 심리치료법중 하나는 인지치료법이다. 1960년대 아론 벡(Aaron Beck)이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면담에서 탄생된 인지치료법은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환자의 생각에서 찾는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환자의 해석이나 신념 또는 믿음과 같은 인지적 차원에서 원인을 찾고 문제를 발생시키는 왜곡된 구조를 수정함으로써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론 벡의 심리치료법은 무의식을 인정하지 않는 치료법이다. 악을 선으로 개선하려는 서구의 이분법적 논리가 현대사회의 스트레스와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친 상황에서 불교 명상이 보급되면서 이를 심리치료에 활용한 명상치료가 심리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이지만 가장 중요한 수행방법인 명상이 가지는 마음의 안정과 자신에 대한 통찰력 강화 등의 효과로 인해 명상은 심리치료에도 적용되어 성과를 내고 있다. 즉 심리학에서 행동치료가 제1세대라면 인지치료는 제2세대 그리고 명상치료는 제3세대인 것이다. 명상치료가 의미 있는 것은 의식을 넘어 무의식까지 깊은 통찰을 통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문제에는 우울증, 불안, 공황장애 등 여러 형태가 있지만, 그 근본원인을 인식구조의 왜곡으로 인지치료에서는 보고 있다. 즉 무의식을 인정하지 않는 인지치료에서는 의식적 차원에서 문제점만을 다루고 해결책을 모색하여 한계를 보이지만, 명상적 관점에서는 의식적 차원에서의 원인, 무의식 차원에서의 원인까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서 무의식에 관심을 가진 이후 무의식은 심리학계에서도 중요한 관심거리이다. 비록 현대에 들어와서 의식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무의식을 인정하지 않는 흐름이 있지만, 의식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에는 무의식에 또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명상을 활용하여 심리치료에 활용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마하리쉬 마헤시 요기가 창시한 초월명상(TM), 카밧진의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은 널리 알려진 심리치료법이고, 시갈, 윌리엄, 티즈데일 등이 만든 MBCT(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 프로그램도 있다.

인지치료가 인지구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불교의 여러 사상 중 유식불교와 가장 연관성이 높다. 유식불교는 인간의 마음을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식능력을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수의 논문들이 유식의 관점에서 명상심리치료를 다루고 있다. 유식불교와 심리치료를 다룬 논문 중에서도 특히 아뢰야식의 관점에서 행해진 연구가 가장 많다. 아뢰야식에 대한 연구는 심리치료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아뢰야식의 현현에 대해 어떻게 그릇된 인식을 하는지 그 인식구조를 밝힘으로써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논문은 아뢰야식과 함께 무의식을 이루는 또 하나의 식(識)인 말라식의 관점에서 심리치료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자아식으로 일컬어지는 말라식은 아뢰야식의 종자가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를 때 거치는 식으로 이 말라식을 통하여 자아의 관점에서 사물과 현상을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인지구조에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자아’의 인식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아’의 실체에 대해 말라식은 잘 설명하고 있다. 즉 본 논문은 말라식 곧, 자아 또는 나의 관점에서 명상과 심리치료를 결합해 보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 연구된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먼저, 아론 벡의 인지치료의 내용과 한계를 살펴보고, 유식불교에서 무의식에 속하는 아뢰야식과 말라식 그리고 이들이 심리치료에 가지는 의의에 대해 논의해볼 것인데, 특히 말라식에 주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의식을 의식화하기 위한 방법인 명상을 도입한 심리치료법으로 가장 유명한 카밧잔의 MBSR을 살펴보면서, 말라식의 관점에서 심리치료가 이루어는 과정을 살펴보겠다.

II. 아론 벡(Aaron Beck)의 인지치료

“인간은 사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점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스토아학파와 마찬가지로 도교, 불교 등의 동양철학에서도 인간의 감정은 생각에 기초한다고 강조해왔다. 아무리 강렬한 감정이라도 생각을 바꾸면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아론 벡, 1997: 23) 생각을 바꾸면 고통받는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인지치료는 1960년대 아론 벡의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개발된 치료법으로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인지적 요소 즉 생각과 해석 같은 사고과정에서 찾는다. 즉 인간의 인지나 사고가 인간의 느낌이나 정서 및 행동을 이끈다는 관점에서 내담자의 왜곡된 사고과정을 변화시킴으로써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가는 치료법이다.

벡은 우울증이 부정적인 생각을 유발한다는 기존 관점과 달리 부정적 생각이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관에 따라 사고하고 경험하며 그로부터 느낌과 정서가 일어나므로 생각과 신념이 심리문제의 일차적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핵심신념(core beliefs), 중간신념(intermediate beliefs), 자동적 사고(automatic thinking) 개념으로 왜곡된 인지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핵심신념은 가장 근원적이고 기본적인 신념으로 자아관, 세계관 등을 말하며, 중간신념은 핵심신념에 대한 태도(attitudes), 규칙(rules), 가정(assumptions)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간신념에 근거해서 개인의 경험이 해석되어지는 자동적 사고는 인지과정의 어떤 상황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는데, 핵심신념 -> 중간신념 -> 자동적 사고로 이어지는 사고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남으로써 심리장애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역기능적 핵심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고 보는 반면에 과제 난이도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으로 과대평가하며 따라서 자신이 떠맡은 일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기대한다.”(아론 벡, 1997: 22)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왜곡을 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라고 하며 벡은 그 양상을 11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1)

벡에 의하면 심리치료를 위해서는 내담자가 의사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사유과정을 보고 자신의 인지적 오류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핵심신념, 중간신념들이 절대적 원칙이 아닌 점 그리고 근거없이 부정적이라는 점 등을 발견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역기능적 신념들을 순기능적 신념으로 바꿈으로써 심리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 인지치료법은 느낌이나 정서를 생각, 사고보다 기본적인 것으로 보는 정신분석법이나 행동주의의 관점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심리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인지치료가 가지는 한계도 명확하다. 벡 스스로 지적한 것처럼,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들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부정적 기본신념들을 돌아보고 우울한 느낌과의 순환적 관계를 보게 되는데 “이런 마음상태는 자신 혹은 문제가 되는 상황의 부정적 측면을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으로써 우울증을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지속시키는 경향이 있다.”(아론 벡, 1997: 57) 또 다른 한계는 인지능력의 관점에서 나올 수 있다. 인지치료는 합리적인 사고력을 요구한다. 환자가 자신의 왜곡된 인지과정을 이해하고 신념체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사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왜곡된 인식구조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지적 수준의 내담자에게 인지치료법은 적용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본 논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인지치료의 가장 큰 한계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의식 이전의 무의식의 구조화나 영향에 대해서 깊은 연구가 부족하다. 왜곡된 인식구조의 변화를 치료법으로 제시하는 인지치료는 의식적 차원에서의 접근법이다. 기본적으로 벡은 무의식과 잠재의식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의식과 덜 의식적인 의식 즉 무의식으로 구분하는 벡은 무의식과 의식은 격리된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것으로 주의집중을 통해 덜 의식적인 의식도 인식할 수 있다고 하면서 내담자의 현재 인지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3) 유식불교의 관점에서 봤을 때 무의식은 유년기 기억뿐 아니라 윤회를 거듭한 여러 생의 기억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거대한 저장고인 무의식은 현재의 자극에 활성화되어 인지과정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의 현재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관련되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벡에 의해 시작된 서양 인지치료법은 의식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기적 치료에 불과할 수 있고 그 효과도 제한적 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문제적 유형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식구조를 수정했을지라도 다른 유형의 문제에는 대처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여지가 남아있다. 또 다른 하나는 사고과정에 초점을 맞춘 인지치료는 느낌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지과정의 왜곡은 의식적인 노력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느낌(受)은 의식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오온 중에서 수(受)는 우리의 인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의도에 따른 느낌도 있지만 느낌이라는 정서적 반응에 따라 사고를 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분 나쁜 상태가 되면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거부한다. 특히 상대방의 입장이나 나의 생각마저 만나려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처럼 생각이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무엇이 우선적으로 시간적으로 먼저인지는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움이 있다. 반야심경의 번뇌를 상징하는 오온에서도 색수상행식으로 느낌을 생각의 앞에 두고 있다. 념처경에서도 신수심법으로 몸느낌 다음으로 느낌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첫 느낌이 반드시 정서인지는 분명하진 않지만 딱히 사고가 정서의 앞이라고 주장할만한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III. 유식불교와 심리치료

1. 아뢰야식과 심리치료

인간의 마음에 대해 초기불교에서는 5온, 12처, 18계 등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인간의 심층의식에 대한 연구는 4세기 중엽 유식사상의 발전으로 꽃피었다. 공사상과 함께 불교사상의 핵심축인 유식사상은, 사람의 마음을 전오식(前五識), 의식, 말라식과 아뢰야식의 8단계(八識)로 구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3) 안이비설신의와 색성향미촉법의 반응으로 형성된 6가지 식은 의식적 차원의 식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는데 비해, 자아개념의 7식 말라식과 의식적 경험을 축적하는 8식 아뢰야식은 무의식이기 때문에 인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유식불교와 심리치료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뢰야식이 가장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2015년 행해진 박재용의 연구에 의하면, 이들의 관계를 다룬 논문의 핵심주제는 아뢰야식과 삼성설 그리고 유식성이다. 이들 연구들의 주요 내용을 박재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첫째, 아뢰야식은 대부분 정신분석〮분석심리학의 무의식과 비교하고 있는데, 특히 아뢰야식의 종자설과 융의 개인 무의식〮집단 무의식과의 비교 또는 유식불교의 전식득지와 분석심리학의 자아실현과정과의 비교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둘째, 삼성설과 관련된 논문은 삼성설을 인지치료, 분석심리학, 상담심리 등에 적용하거나 정신치료와 분석심리학, 대상관계이론에의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셋째, 유식성과 관련된 논문은 유식관법이나 유식수행법을 심리치료에 적용하고자 한 시도이다. 넷째, 유식불교의 교설 전반을 인지행동치료, 상담심리학, 질병의 완화 등과의 연관하에 연구하였다.(박재용, 2015: 109-111) 이들 연구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아뢰야식과 삼성설의 관점에서 심리장애를 분석한 것이다. 특히 인경스님은 처음으로 삼성설과 인지치료를 비교〮통합하는 연구를 행했는데, 변계소집성-의타기성-원성실성으로의 전개를 심리문제의 순차적 치료단계로 보고 있다. 인경스님은 심리문제의 발생원인으로 변계소집성에 주목하였는데, 변계소집성의 핵심 용어는 ‘집착(執着)’이고, 이 집착이 심리문제를 유발시킨다고 보고 있다.(인경, 2004: 16) 인지치료에서 보는 심리장애의 세 가지 인자인 선행인자, 촉발인자, 유지인자 이론과 A. Ellis의 ABC이론(사건-사고-감정)을 통해 사건 자체보다 사건에 대한 해석방식이 야기한 심리장애를 치료하고자 한다. 이처럼 유식불교의 관점에서 심리치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현실왜곡과 심리문제 발생에 대해서 아뢰야식으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방법을 제시하였는데, 특히 아뢰야식의 삼성설인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의 논리로 설명하였다. 인지치료에서의 의식은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는 본 논문의 가정을, 우리가 대상을 어떻게 왜곡 인식하는가를 밝히고 있는 삼성설이 지지해주고 있기 때문에 본 논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무의식에 속하는 아뢰야식과 삼성설, 이들 용어의 의미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뢰야식은 개인의 모든 사고와 경험의 내용을 보관하는 창고와 같은 것이다. 윤회를 인정하는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전생의 모든 업이 아뢰야식 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아뢰야식을 저장식이라고도 한다. 유식에서는 마음바탕에서 근원적으로 작용하는 모든 인자들을 종자라고 한다. 종자는 여섯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찰나멸(刹那滅), 과구유(果俱有), 항수전(恒隨轉), 성결정(性決定), 대중연(待衆緣), 인자과(引自果) 등이다. 찰나멸이란 종자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는 것을 말한다. 심리적 외상을 가진 종자는 자극을 받으면 순식간에 화를 내거나 불안에 떠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지만 자극이 사라지면 평온을 되찾는데, 이는 심리적 외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으로 다시 숨어버린 것을 말한다. 과구유란 인과법을 말하는데 종자도 어떤 자극이

주어질 때만(원인) 반응한다는 것이다(결과). 항수전이란 종자는 찰나에 생멸하지만 항상 존재하고 이어진다는 것을 말하며, 성결정이란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성질을 말한다. 대중연은 여러 가지 원인의 작용으로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고, 인자과는 각각의 종자는 각각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말이다.(김경일, 이영순, 천성문, 2008: 1541-1542) 이러한 특성을 가진 아뢰야식이 어떻게 현실에서 대상을 인식하는가? 그 방법은 삼성설로 설명할 수 있다.

유식의 삼성설은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을 말한다. 변계소집성(徧計所執性)은 ‘널리 두루함’, ‘사유하다’의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결합된 용어로 널리 두루 생각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현장은 ‘널리 두루 생각하여(徧計)’ ‘집착된 마음의 성품(所執性)’이란 의미로 번역하고 있다.(인경, 2004: 16) 즉 변계소집성은 대상을 개별적인 것으로 보고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말한다. 의타기성(依他起性)은 ‘타자’와 ‘의존하다’는 의미의 두 단어가 결합된 말로 모든 존재는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상호의존하여 존재한다는 것으로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緣起)를 의미한다. 원성실성(圓成實性)은 존재의 본질은 공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섭대승론』에서는 삼성설을 뱀과 새끼줄에 비유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어두운 밤길을 가다가 새끼줄을 밟았다. 그 순간 그는 그것을 뱀이라고 판단하여 깜짝 놀랐다. 다음 날 아침에 가서 살펴보니 그것은 새끼줄이었다.> 새끼줄을 뱀이라고 잘못 인식한 것은 변계소집성, 아침에 다시 살펴본 것은 뱀이 아니라 새끼줄이라고 본 것은 의타기성 그리고 새끼줄의 본성은 짚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원성실성을 말한다.

아뢰야식과 삼성설을 심리치료에 적용시켜 보자. 변계소집성은 내담자의 문제가 어떻게 발생하였는지 그 과정을 찾는 작업이다. 즉 ‘뱀’에 놀랐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의타기성은 새끼줄을 왜 뱀이라고 인식했는지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뱀을 밟아서 뱀에 물려 고생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뱀에 대해 두려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뱀을 밟은 사실이 아니라 뱀에 대한 두려운 감정이 뱀에 대해 또는 어떤 것을 밟았을 때 공포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경험속에서 현재의 왜곡된 인식의 원인을 찾는 것이 의타기성이다. 원성실성은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즉 뱀인지 아닌지 다시 자세하게 살펴보고, 뱀이 아니라 새끼줄임을 알고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치료가 가능해지려면 어린 시절 기억이라는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을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즉 변계소집성은 아뢰야식에 과거의 경험이 종자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아뢰야식이라는 무의식을 의식화해야 왜곡된 인식을 수정할 수 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명상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유식은 우리의 무의식 아뢰야식의 성질과 그것의 대상 인식 방법을 상세하게 논증하고 있는데, 아뢰야식이 의식화되어지고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원성실성으로의 회복도 가능하다. 잘못된 인식이라면 개선할 수가 있는데, 벡의 인지치료처럼 의도적으로 수정할 수도 있고 명상법처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다.

2. 말라식과 심리치료

일반적으로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것은 육식(六識)의 작용으로 본다. 그 중 제6식 의식은 개인의 경험과 주관적 관념〮신념에 따라 형성된 나름의 인식체계에 따라 대상을 인식하는데, 개인마다 고유한 인식체계가 있다는 말은 대상을 자의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대상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아의식을 유식에서는 제7식 말라식이라 한다. 개인의 고유한 인식체계는 곧 우리의 인식이 말라식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라식은 의식적 차원의 육식(六識)과는 달리 무의식에서 작용하는 자아집착심으로, 모두 18개의 심소와 작용하는데4) 아치(我癡), 아견(我見), 아만(我慢), 아애(我愛)의 사종번뇌(四種煩惱)가 말라식을 말라식답게 특징짓는 주성격이다. 말라식은 이 네 가지의 근본번뇌와 상응하여 일어난다. 아치는 무명(無明)을 말한다. 무명은 사성제와 연기법에 대한 무지를 말하는데, 여러 무명 중 가장 근본무명은 무아(無我)에 대한 무지이다. 일상적으로 표현하면 자신에 대한 무지와 어리석음이 아치라고 하겠다. 이러한 아치의 마음으로 인해 내가 존재한다는 아집(我執)과 연기법을 모르고 대상에 집착하는 법집(法執)이 생겨난다. 아견은 아치로 인해 일어나는 아집 즉 자아가 존재한다(有身見)는 견해 그리하여 자아에 대한 집착심이 더욱 강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아견은 자아의식의 가장 중심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만은 자신을 교만하게 뽐내고 과신하는 마음이고, 아애는 자아에 대한 애착심을 말한다. 무명의 아치로 인해 아견이 생기고 아견으로 자아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그렇게 대상화된 자아에 대한 교만과 애착심은 더 강해진다.

이러한 사종번뇌는 의식적 차원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말라식을 무의식으로 보고, 무의식 말라식의 알아차림을 통한 심리치료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하는 본 논문의 성격상 말라식이 무의식임을 다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호법은 ‘아(我)’만 고찰한다는 말라식의 특성으로 임운(任運), 일류(一類) 그리고 항상속(恒相續)을 들고 있다. “말라식에 갖춰진 유신견(有身見)은 (1)자연스럽게 작용(任運)하면서, (2)항상 똑같은 존재방식으로 이루어지고(一類), (3)항상 계속 작용하고 있다(恒相續). 그래서 오직 <나>만 집착”한다.(요코야마 코이치, 1996: 243) 이렇게 작용하는 말라식의 ‘자아’개념은 제6식의 ‘자아’개념과 다르다. 요코하마 코이치는 제6식과 제7식의 ‘자아’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제6식 의식에서도 ‘나는 존재하고, 이 육체는 나의 것이다’고 생각할 때, 이때 “자아의식은 (1)의식적으로 작용한 것이고 (任運이 아니고), (2)나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여 그 존재방식이 변화하고 (一類가 아니고), (3)항상 그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恒相續이 아니다).”(요코야마 코이치, 1996: 243) 특히 임운은 선천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정보의 축적으로 의식적 차원에서 ‘자아’개념은 달라진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말라식의 ‘자아’개념은 무의식적으로, 무의도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상주불변하는 자아상을 만들어내며 현실을 왜곡하여 인식한다. 말라식의 존재를 김경일 외는 “깊은 밤이나 고요한 곳에 홀로 앉아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의식으로 떠오르게 된다. 단순하게 상상이나 공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격렬한 감정을 수반하는 대상들도 떠오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의식이 오감각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작용하는 것으로 말라식과 아뢰야식의 영향을 받으며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김경일, 이영순, 천성문, 2008: 1526)

말라식과 아뢰야식의 관계를 보건대, 둘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아뢰야식이 활동함에 있어서 말라식은 없어서는 안 된다. 『성유식론』에서는 “아뢰야식의 구유소의5)는 단지 하나일 뿐이다. 말하자면 제7식이다. 그 식이 만약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뢰야식은 결코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정준기, 2005: 24) 아뢰야식 자체는 정보를 보관할 뿐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이 없는 중성적 성격인 반면, 아뢰야식을 대상으로 하고 아뢰야식에 의지하여 활동하는 말라식은, 아뢰야식을 실재하는 자아로 인식하는 자기중심적인 자아의식이다. 이러한 말라식은 자연스럽게, 같은 방식으로 항상 작용하고 있고, 이 작용으로 인해 의식의 작용이 왜곡된다. 인간이 대상을 인식하는 것은, 전오식(前五識)에서 제6식 의식으로 받아들여진 정보가 말라식을 거쳐 아뢰야식에 최종적으로 저장되는 구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말라식은 의식적 경험들을 자기 중심적인 내용으로 수정〮왜곡하여 아뢰야식에 저장하고 반대로 아뢰야식의 종자를 현행함에 있어서 자아의식을 통하여 현실을 본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고양이를 귀엽게 보는 사람은 계속해서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제6식 의식은 말라식을 의지하여 작용하고, 아뢰야식은 말라식을 통과하면서 ‘나’라고 하는 의식활동이 시작된다. 현실 왜곡은 대부분 말라식으로 인해 생기며, 심리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중성인 아뢰야식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아식인 말라식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이 심리문제를 치료함에 있어서 말라식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 이유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자기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 심리장애는 모든 문제를 자기중심적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고부갈등, 부부갈등을 비롯한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그로 인한 심리장애는 나와 대상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자신의 주관적 판단만으로 현실을 보기 때문에 일어난다. ‘나는 사랑을 받아야 한다.’, ‘나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너는 왜 그런가?’, ‘너는 왜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가?’등은 자신에 대한 집착과 자신과 대상을 주관적인 판단으로 인해 일어난 잘못된 견해들이다.(김경일, 이영순, 천성문, 2008: 1541)

말라식의 번뇌와 집착을 벗어나서 나와 대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의식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을 인식하고 현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의식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심리장애를 일으키는 과거의 왜곡된 경험을 ‘통찰’하여,6) 어떤 번뇌가 현재의 왜곡된 인지구조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자각하고 수정〮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이다. 명상을 통해 말라식과 이에 상응하는 18가지 마음작용, 특히 사종번뇌를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편, 심리장애에 대한 치료법으로 엡스타인은 불교식 명상 수행법을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유아기에 뿌리가 있는 자애증(narcissism)과 같은 신경증의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불교의 집중명상은 지각대상에 대한 자각을 가능하게 하여 자아의 재생을 돕는다는 것이다.(김동림, 2017: 515)

IV. 불교명상과 심리치료의 결합

1. 불교명상

1)명상의 정의

명상(冥想)이라는 단어는 ‘어둡다, 깊숙하다, 생각에 잠기다’ 뜻의 명(冥), ‘생각하다, 상상하다, 원하다’ 뜻의 상(想)이 합쳐진 글자로, 국어사전에서는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함’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차분히 생각한다’, ‘마음을 한 곳에 모은다’는 뜻의 ‘명상’은 본래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 도교 등과 같은 동양종교에서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행법이었다. 종교적 용어였던 명상이 현대인의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도입되고 효과를 거두면서, 명상을 통한 심리치료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고 명상 붐이 일어나고 대중화되는 등 종교의 틀을 벗어던지고 대중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불교의 계율, 기도, 독경, 참선, 의례 등 여러 구성요소 중에서 심리치료와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명상이다. 물론 계율, 기도, 의례 등도 심리치료에 적용될 수 있지만, 현재 심리치료에 적용되면서 많은 효과를 내고 있는 명상이야말로 심리치료에서 가장 대표적인 불교적 요소라 할 수 있다.

불교에서 언급되는 명상의 방법은 수식관, 부정관, 호흡법 등 아주 다양한데, 염처경은 그 대상을 크게 4가지로 나눈다. 신(身), 수(受), 심(心), 법(法)이 그것이다. 각 대상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면 수없이 많은 명상법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명상법의 숫자가 아니라 불편함을 만났을 때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네가지 중에 어떤 것을 대상으로 삼더라도 그것을 집착하지 않고 분명히 알아차리며 그 마음에 머물지 않고 일어나서 사라져 갈 때까지 관찰하는 힘으로 휩쓸리지 않는다면 이것이 명상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심리적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서는 마치 감기약을 준비하듯이 누구나 괴로움에서 벗어나거나 극복하는 방법으로 평소에 연습해야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다양한 대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명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집중형(사마타 samatha)과 통찰형(위바사나 vipassana)으로 나누는 이 분류는 “명상연구의 심리학자 니엘 고르만”(안도 오사무, 2010: 130)이 한 것으로 현재에도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한자경도 불교수행을 크게 止(사마타)와 觀(위빠사나)으로 분류한다. “지는 마음을 집중하여 하나의 경지에 머무르는 수행이므로 ‘집중명상’이라고도 하고, 관은 신, 수, 심, 법 등 특정 대상에 주목하여 그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므로 ‘통찰명상’이라고도 한다.”(한자경, 2009: 77) 인경스님은 명상의 유형에 대해, 인간을 몸, 마음, 영성으로 나누고, 호흡과 몸느낌과 같은 몸의 영역에 대해서는 염지관, 감정〮생각〮갈망 등과 같은 마음의 영역에 대해서는 영상관법, 초월적인 성품에 대해서는 간화선 명상으로 명상의 유형을 나누고 있다.(인경, 2012: 114) 이처럼 인경스님은 명상을 염지관, 영상관법, 간화선으로 나누는데 비해, 한자경은 염(sati의 번역어)과 주의집중, 마음챙김, 각성, 명상을 같은 의미로 보고 있다. 또한 한자경은 “염에 입각한 사념처수행은 念(sati)과 知(sampajanna)를 함께 닦으며 그로써 止와 觀의 양 측면을 다 포함한다. 念은 각성한 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止의 상태를 뜻하고, 知는 주어진 사태의 실상을 파악하여 아는 觀의 상태를 뜻한다”고 하면서 이들의 통합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즉 한자경은 불교수행의 관점에서 명상에서의 止觀 상태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비해, 인경스님은 명상을 심리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관점에서 명상을 세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명상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수많은 명상방법에도 불구하고, 명상의 핵심은 집중, 평온, 알아차림이며 이를 통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집중명상이란 어떤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유형을 말하는데, 마음이 집중되면 일상의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고요한 상태가 되고 집중의 정도가 깊어지면 의식은 명료해지고 마음은 고요와 평화의 상태가 된다. 이에 비해 알아차림 명상, 마음챙김 명상으로 불리며 영어로는 mindfulness meditation으로 불리는 통찰명상은 명상 중 일어나는 정신작용을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위빠사나 명상을 들 수 있다.7) 위빠사나 명상에서는 명상 중 떠오르는 감정, 생각 그리고 신체적 감각 등을 무시하지 않고, 그것들에 대해 어떤 의식적인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단지 그것들을 지켜보고 알아차릴 뿐이다. 즉 위빠사나의 목적은 오사무가 말하는 것처럼 “집중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자신의 정신 과정을 보다 명석하게 아는 것, 혹은 순간순간에 대한 알아차림을 키워, 어떤 종류의 통찰을 얻는 것에 중점이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안도 오사무, 2010: 131)

명상을 이처럼 두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사실상 명상이 행해질 때에는 집중상태에서 의식적으로 집중상태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통찰상태로 자연스럽게 진행이 된다. ‘있는 그대로’에 대한 알아차림을 통해 나의 몸과 마음만이 ‘나’라는 유신견의 한계를 벗어나고 ‘사고의 자동화’를 막는 등의 심리치료가 이루어진다.

2)명상의 심리치료적 효과

명상을 심리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명상이 어떻게 심리치료에 효과를 보이는지 그 메카니즘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명상을 하면 우선 신체에 유익한 변화가 일어난다. 명상은 호흡수와 심박수의 저하, 피부저항력 강화 등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이를 이완반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완반응은 수면상태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에 이완반응만으로 명상의 치료메커니즘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명상의 중점은 감정과 생각 등과 같은 의식 또는 무의식과 같은 의식적인 면에 놓이기 때문이다.

집중명상은 집중대상에 집중이 이루어지면 일상적 의식에서의 복잡함은 점차 사라지고 고요함이 찾아든다. 이 고요가 일정정도 유지되면 내적 평화 상태가 되는데, 이 상태가 유지되면 마음에 힘이 쌓이게 된다. 명상에서 깨어났을 때에도 명상시의 평화가 유지되어진다면 심리적 문제는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불안, 우울, 강박증 등의 심리적 문제는 개인이 어려운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심리적 왜곡이 일어나면서 심리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데, 명상을 통해 회복한 고요와 평화는 불편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통찰명상은 명상 중에 일어나는 감정, 생각들을 그대로 보고 알아차리는 것이 핵심이다. 알아차림을 통해 감정이나 생각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게 되고, 그럼으로써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알면 내려놓을 수 있다. 즉 통찰명상을 통해 감정, 사고 등을 수정함으로써 심리치료 문제는 해결되어진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우리의 의식은 화의 대상을 향하여 있기 때문에 화와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자세히 볼 수 없다.”(인경, 2012: 144) 하지만 통찰명상을 통해 화를 보고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즉 화를 내기 직전의 몸상태와 마음상태를 알아차리고 머물러 지켜보게 되면 ‘화’라는 불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명상의 심리치료적 메커니즘에 대해 아더 다이크만은 ‘관찰하는 자기’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명상은 관찰하는 자기를 확고하게 구축하여, 그 시야를 넓힘으로써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지각과 반응의 패턴을 해방시킨다. 대상으로 향하는 자기의 움직임을 저지하여 그에 따른 지각의 지배또는 감정의 지배를 그치게 하고 동시에 또 관찰하는 자기가 의식 내용에서 자연스럽게 분리 됨으로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사고, 감정, 환상의 흐름과 동일화하는 것을 그만두기 시작한다.”(안도 오사무, 2010: 133) 다이크만은 이 메커니즘을 ‘탈자동화(deautomatization)’라고 부르는데, 이는 심리치료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불교명상 개념과 일치한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반복적인 감정과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동적으로 반응을 한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는 눈을 가지게 되고, 그 눈으로 지금까지의 자동반응패턴을 수정할 수 있게 된다. 다이크만의 이 ‘탈자동화’개념은, 불교적 관점에서는 무명에 쌓인 중생이 12연기의 유전문에서 환멸문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명상을 처음 심리치료에 도입한 카밧진의 MBSR과 그 후 개발된 MBCT도 ‘탈자동화’와 비슷한 개념인 ‘탈중심화’가 핵심 치료기제이다. ‘탈중심화’란 우울증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알아차리면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마음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을 알아차림이라는 힘이 그것을 중심에서 밀어내고 마음의 중심에 알아차림을 놓아두는 것을 말한다. 지속적인 알아차림을 통해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명상은 알아차리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카밧진의 MBSR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논의해 본다.

2. 카밧진의 명상프로그램: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명상이 심리치료에 활용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학의 카밧진 교수이다. 카밧진이 명상프로그램을 만들기 4년 전에 하버드대학의 심장 전문의 벤슨은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이라는 저서를 통해 명상이 현대의학에 도입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지만, 1979년 카밧진이 개발한 알아차림에 근거한 스트레스완화(MBSR) 프로그램은 알아차림 명상이 서양 주류의학과 심리학계에 도입되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MBSR 프로그램의 등장 이후 알아차림에 근거한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 알아차림에 근거한 식사자각 훈련(MB-EAT), 알아차림에 근거한 재발 방지(MBRP), 알아차림에 근거한 관계증진(MBRE), 수용과 전념 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 등 알아차림에 근거한 다양한 심리치료 방법들이 개발되었고, 불교의 위빠사나명상에서 유래한다고 보는 알아차림 명상프로그램을 이용한 심리치료 비중은 전체 심리치료의 40%에 해당할 정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김선숙, 2016: 83)

카밧진은 불안, 우울, 두통 등 각종 만성질환과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MBSR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는 카밧진이 화두선(禪)수행과 위빠사나수행을 하였기에 가능하였다. 불교수행을 토대로 카밧진은 동양의 알아차림 명상에 서양의 스트레스 의학을 접목하여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던 것이다.

MBSR프로그램의 핵심인 ‘알아차림’으로 번역된 영어 mindfulness는 ‘주의하다’, ‘대상을 의식하다’, ‘알다’ 라는 의미를 지닌다. 카밧진은 “알아차림이란 특별한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즉 의도적으로 현재 순간에서 비판단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안희영, 2010: 370)8)고 정의하면서, mindfulness meditation을 할 때의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첫째, 판단하지 않는다. 둘째, 인내심을 갖는다. 셋째, 초심을 유지한다. 넷째, 믿음을 가진다. 다섯째,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다. 여섯째, 수용한다. 일곱째, 내려놓는다”.(안양규, 2011: 287) 카밧진은, 주의집중으로 고요해진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고 일어나는 생각을 지켜보기만 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명상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실재와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되고 이 대면을 ‘일상생활에서도 가능’하게 하여 즉 “의식을 현재의 실재에 살아 있도록” 하여 자신과 사물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게 하며 모든 현상의 진정한 본성을 보게 된다고 강조한다.(안희영, 2010: 367-370) 알아차림 즉 고통과 번뇌는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할 뿐 상존하는 것이 아니므로, 알아차리면 다시 말해 현재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회피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 ‘자동화사고’는 중단되고 그 스트레스는 사라진다는 명상의 핵심 치료기제를 토대로 MBSR은 개발되어졌다. 이러한 카밧진의 프로그램은, 명상은 주의집중 능력과 자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명상의 본질을 잘 구체화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 프로그램은 <표 1>과 구성되어 있다.

총 9회에 걸쳐 진행되는 MBSR프로그램은 매주 수업 주제와 주제를 실현하기 위한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회기당 수업은 약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MBSR 지도자에 의해 진행된다. 전반부는 알아차림 훈련에 초점을 두고 중후반부에서는 알아차림 능력을 스트레스 교육과 대인관계 의사소통 및 일상생활 등으로 펼치고 있다.

카밧진의 알아차림명상은, 사념처(몸, 느낌, 마음, 법)를 대상으로 한 위빠사나명상이지만, MBSR 프로그램은 어려운 불교용어를 바디스캔, 행선, 요가, 일상생활에서의 주시 등과 같은 일반인의 용어로 바꾼 명상프로그램이다. <표 1>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몸에 대한 알아차림은 호흡과 바디스캔을 통해, 느낌에 대한 알아차림은 유쾌와 불쾌와 같은 감정을 통해, 마음에 대한 알아차림은 정좌명상을 통해 그리고 법에 대한 알아차림은 대인관계를 통해 알아차리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개별 대상에 대한 알아차림 명상을 훈련한 후, 6회기 프로그램에는 ‘선택없는 알아차림(choiceless awareness)’을 실습하도록 하고 있다. ‘선택없는 알아차림’은 주의를 특정한 대상에 두지 않고 신체적, 감각적, 감정적, 인식적 측면 모두를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하는 기법으로, 5회기까지의 훈련이 제대로 행해지고 난 이후의 명상법으로 보인다. 사념처의 종합으로 경험되는 일상에서의 알아차림은 사념처라는 특정 대상에 대한 알아차림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선택없는 알아차림’이라는 개인적 편견이나 성향을 떠난 자유로운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는 것으로, 있는 그대로가 그 자체로 온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하여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는 MBSR 프로그램의 핵심치료기제라고 여겨진다. 선택없는 알아차림 이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음상태를 유지하는 것인데, 7, 8회기에서 이 마음상태를 일상생활과 대인관계에서 적용하고 향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

안희영은 MBSR 지도자 과정에 참가한 14명의 참가자와 3명의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질적 사례연구를 통해 MBSR의 주요 특징으로 5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MBSR은 스트레스 감소를 넘어선 자아의 본성과 전체성에 연결되게 하는 전인적이다. 둘째, MBSR은 생각이 아니라 신체를 중시한다. 셋째, MBSR은 알아차림 능력을 향상시키는 알아차림 중심의 교육이다. 넷째, MBSR은 대화나 강의보다는 경험학습 중심이다. 다섯째, MBSR은 스트레스 완화에 제약받지는 않지만 스트레스 완화가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안희영, 2010: 383)

결국 MBSR은 몸과 마음에 대한 순간순간의 자각을 통해 어떠한 것도 고정된 실체나 현상은 아니며 모든 것은 연기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일 뿐이라는 지혜를 키우는 프로그램이며, 일상생활이 알아차림 명상생활이 되도록 하여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MBSR의 목표라고 하겠다.

표 1. MBSR 프로그램9)

http://dam.zipot.com:8080/sites/mpca/images/mpca_22_03_image/Table_mpca_22_03_T1.png

V. 결론: 명상을 통한 말라식 인식

심리치료를 위한 여러 방법 중에서 명상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명상을 두 유형으로 나누고 있지만, 그것은 이론적 구분일 뿐 실제로 명상을 할 때는 그러한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다. 주의집중이 제대로 되면 자연스럽게 알아차림이 되기 때문이다. 알아차림이란 알아차림의 대상과 주체가 분리가 되었을 때 가능하다.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의 상태에 사로잡힌 사람이 그로부터 벗어나려면 그러한 상태와 ‘나’를 분리시켜야 한다. 이러한 분리는 탈중심화(decentering),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 거리두기(distancing), 탈자동화(deautomatization) 및 관찰하는 자기(observing self), 장독립(field independence), 탈습관화(de-habituation), 재인식(reperceiving) 등으로 개념화되면서 알아차림 명상의 핵심적 치유기제로 작동한다.

문제는, 탈중심화를 통한 심리치료를 위해 집중과 알아차림의 대상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이다. 본 논문은 유식불교의 관점에서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말라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수〮심〮법(몸〮느낌〮마음〮법)에 대한 사념처 수행을 각묵스님은 “개념지어 ‘나’라거나 ‘내 것’이라 잘못 알고 있는 ‘나’라는 존재를 해체해서 네 가지로 제시”한 것이며 “네 가지 마음챙김(알아차림)의 확립은 불교수행법의 전부”라고 말한다.(안희영, 2010: 374) 각묵스님의 말처럼 또는 불교적 관점에서 실체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음에도 우리는 ‘내’ 마음이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힘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무아를 깨쳐야 하지만, 불교수행의 목적인 무아를 깨치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접근하기 힘든 해결방법이다.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은 명상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 ‘나’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나’를 알아차림으로써 그것의 제한성을 벗어나고, ‘나’라는 존재를 올바르게 알게 된다. 그리고 ‘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내’가 규정하고 있는 ‘나’의 특성과 정체성을 벗어나서 더 넓은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확장된 ‘나’를 통해서 심리적 장애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다.

카밧진은 스트레스는 삶의 한 부분으로 인간 조건에 내재되어 있다고 하였다. 고타마 붓다의 고성제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말이지만, 불교에서 제시하는 수행법을 강요하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라고 할 수는 없다. 카밧진의 목표는 스트레스완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교명상의 치유능력을 토대로 하고 있는 MBSR과 같은 명상프로그램에서도 알아차림의 대상은 불교수행의 영원한 주제가 무아인 것처럼, ‘나’가 될 수밖에 없다.

국문초록

본 논문은 심리적 장애의 원인이 ‘나’에 대한 그릇된 또는 협소한 인식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이를 극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으로 불교의 수행법인 명상을 통한 심리치료에 대해 논의한다.

아론 벡에 의해 시작된 인지치료는 중요한 심리치료 방법이지만, 무의식과 느낌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에 한계가 있다. 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본 논문은 무의식을 대상으로 한다. 유식불교에서 무의식은 말라식과 아뢰야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 논문은 자아식으로 일컬어지는 말라식에 초점을 맞춘다. 자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수정하기 위해 명상이라는 방법을 도입한다. 즉 본 논문은 말라식의 관점에서 명상과 심리치료를 결합해 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먼저, 아론 벡의 인지치료의 내용과 한계를 살펴보고, 유식불교에서 무의식에 속하는 아뢰야식과 말라식 그리고 이들이 심리치료에 가지는 의의에 대해 논의해볼 것인데, 특히 말라식에 논의를 집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의식을 의식화하기 위한 방법인 명상을 도입한 심리치료법의 시초인 카밧잔의 MBSR을 살펴보면서, 말라식의 관점에서 심리치료가 이루어질 것을 결론적으로 강조한다.

주제어

말라식, 아뢰야식, 무의식, 명상, 심리치료, 알아차림에 근거한 스트레스완화(MBSR)

Footnotes

1) 벡은 인지 왜곡의 전형적인 양상을 11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터널 시야, 선택적 추상화, 임의적 추론, 과잉 일반화, 이분법적 사고, 과장, 편향된 설명, 부정적 낙인, 개인화, 마음읽기, 주관적 추론이 그것이다.

2) 즉 벡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의 생각은 의식이 연속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의식적이거나 덜 의식적일 수 있다. 차를 운전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모든 움직임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만약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의 행동을 자각하게 된다. 자동적 사고는 의식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신호들이다. 사람들이 자동적 사고를 자각하기 위해서는 의식의 주변부에 주의를 집중하는 훈련을 받기만 하면 된다. ...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나는 많은 물음을 제기하고 의미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의 이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의미는 깊고 잠재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의식 가능한 것이었다.”(Marjorie E. Weishaar, 2007: 122-123)

3) 김경일 등은 마음을 나타내는 용어로 정신, 의식, 무의식 등이 있다고 하면서, “유식학에서는 심(心), 의(義), 식(識)으로 구분한다. 심을 아뢰야식이라 하고, 의를 말라식이라 하며, 식을 의식이라고 한다.”고 구분하지만, 본 논문에서는 8식 모두를 일반적인 표현인 ‘식(識)’으로 표현한다. (김경일, 이영순, 천성문, 2008: 1523)

4) 제7식 말라식과 상응하는 심소는 8대수번뇌(八代隨煩惱: 不信. 懈怠. 放逸. 昏沈. 掉擧. 失念. 不正知. 散亂), 4종번뇌(四種煩惱: 我癡, 我見, 我慢, 我愛), 5변행심소(五遍行心所), 5별경심소(別徑五心所) 중 혜(慧)를 포함 18개가 있다.

5) 구유소의(俱有所依)는 구유의(俱有依) 또는 구유근(俱有根)이라고도 칭하며, 팔식(八識)과 동시에 있으면서 이에 의지할 바가 되어 힘을 얻어 생기게 하는 것을 말함. 실용 한-영 불교용어사전.

6) 김경일 등은 말라식의 번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통찰’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본 논문이 강조하는 ‘명상’과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김경일, 이영순, 천성문, 2008: 1521-1546)

7) 위빠사나명상은 미국에서 심리치료로 도입된 가장 대표적인 명상인데, 이미 알아차림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라는 심리학 용어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안도 오사무, 2010: 131)

8) 안희영 논문에서는 ‘마음챙김’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본 논문에서는 ‘알아차림’이란 용어를 사용하므로, ‘마음챙김’을 ‘알아차림’으로 바꾸었음.

9) Santorelli, S., & Kabat-Zinn, J.(2006). 안희영, 2010: 380에서 재인용.

References

1  김경일, 이영순, 천성문(2008). “유식학의 상담심리학적 이해와 적용에 대한 고찰”, 상담학연구9(4), 한국상담학회, 1521-1546. 

2  김동림(2017). “서구심리학의 심층해석이 서구불교계에 끼친 영향 - 무의식과 아뢰야식의 비교를 중심으로”, 동아시아불교문화29(0),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503-526. 

3  김병국(2014). “마음챙김 명상에 기초한  

4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ngnitive Therapy, MBCT)에 대한 불교적 고찰 -우울증 재발 특성과 치유원리를 중심으로-”, 한국불교상담학회지6(1), 한국불교상담학회, 27-44. 

5  김선숙(2016). “명상의 치유기제 –알아차림(마음챙김) 명상을 중심으로”, 한국정신과학회 학술대회논문집, 한국정신과학학회, 82-102. 

6  박재용(2015). “유식불교의 심리치료적 특징 고찰 _선행연구 분석과 연구방향 모색_”, 인도철학45(0), 인도철학회, 97-130. 

7  아론 벡(1997). 우울증의 인지치료, 학지사. 

8  안도 오사무(2010). 심리치료와 불교, 불광출판사. 

9  안양규(2011).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의 개발과 불교의 영향”, 불교학보58,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267-297. 

10  안희영(2010). “MBSR 프로그램의 불교 명상적 기반 –교과과정 및 치유원리를 중심으로”, 불교학연구26, 불교학연구회, 359-408. 

11  요코야마 코이치(1996). 유식이란 무엇인가, 세계사. 

12  인경(2012). 명상심리치료, 불교명상과 심리치료의 통합적 연구, 명상상담연구원. 

13  인경(2004). “유식의 ‘변계소집성’과 ‘인지치료’의 통합적 접근”, 보조사상22, 보조사상연구원, 11-41.  

14  정준기(2005). “말나식의 성립과 현대적 의미”, 불교문화연구6(1), 동국대학교 불교사회문화연구원, 3-36. 

15  한자경(2009). “불교의 명상과 서양의 명상인지치료(MBCT)”, 명상심리상담3(0),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74-107. 

16  Marjorie E. Weishaar(2007). 아론 벡, 학지사. 

17  Santorelli, S., & Kabat-Zinn, J.(2006).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professional programs, Worcester, MA: CFM.